4050세대, 영적으로 안녕한가?

Photo by Robbie Herrera on Unsplash


“ 전체적으로 비종교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종교 이탈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와 50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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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사에서 한국 교회의 호감도가 천주교와 불교에 비해서 현저히 낮게 나온 결과가 적잖이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일보와 코디연구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서 발표한 기독교의 대국민 이미지 조사의 종교별 호감도에서 개신교는 25.3퍼센트로 천주교(65.4%)나 불교(66.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종교별 이미지에서도 천주교는 진정성, 헌신, 희생 등의 이미지가 중심을 이루고, 불교는 상생이나 포용 등을 떠오르게 하지만, 개신교는 배타적, 물질적, 위선적이라는 이미지가 주로 나타났다.


대략 예상은 했지만 막상 통계 수치로 나오니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오랫동안 매번 제기돼 왔던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최근 코로나와 대선을 거치면서 더욱 심화된 모습을 보인다.  


509b7f32f306db6644ea3c1b1fbf1a68_1651838562_3348.jpg사진 제공: 지앤컴리서치 

그런데 이번 지앤컴 조사뿐 아니라 지난해 발표된 한국갤럽의 한국 종교에 관한 조사에서도 필자가 공히 주목하는 지표는 연령대별 응답, 특히 40대와 50대의 종교성이다. 지앤컴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세부 지표는 연령대별 응답 양상이다. ‘한국 기독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대 79.8퍼센트, 50대 80.4퍼센트로, 60세 이상의 69.9퍼센트보다 훨씬 높았고, 20대의 77.1퍼센트보다도 높게 나왔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코로나 전후 호감도에서도 같은 패턴을 보인다. 40대와 50대는 “나빠졌다”는 응답이 각각 60.2퍼센트와 59.7%퍼센트로, 마찬가지로 60세 이상의 38.6퍼센트, 20대의 54.5퍼센트보다 높다. 특히 지난 3월 대선 전후로 교회에 대한 호감도가 나빠졌다는 응답에서도 40대는 33.2퍼센트, 50대는 32.3퍼센트로 다른 연령대(20대 15%, 30대 26.6%, 60세 이상 17.9%)에 비해서 두드러지게 부정적이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에서는 2030세대에 비해 4050세대가 더욱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며,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0대는 코로나 이후 교회에 대한 호감도에서는 40~50대와 동조하는 반면, 대선 이후 호감도에서는 20대와 40~50대 중간에 있다.) 


2021년 갤럽의 ‘한국인의 종교 현황에 대한 보고서’에서도 40대와 50대의 비종교화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가 발표된 당시 20대의 비종교화가 중점적으로 보도되었으나, 세부 지표를 보면 오히려 그에 못지않게 40대와 50대의 ‘종교 이탈율’은 심각했다. 한국의 전체 종교인 비율은 2014년 50퍼센트에서 2021년 40퍼센트로 10퍼센트포인트나 하락했다. 그 가운데 20대에서 종교를 믿는 인구의 비율은 22퍼센트이고, 나머지 78퍼센트가 비종교인으로서 다른 연령대를 압도한다. 따라서 20대의 비종교화가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하다. (30대의 종교인 비율은 30퍼센트, 40대는 32퍼센트, 50대는 43퍼센트, 60세 이상은 59퍼센트이다.) 여기서 종교인 수치만 보면 40대와 50대는 20대보다 꽤 큰 차이로 높기 때문에 여전히 종교 친화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014년도의 결과와 비교하면 양상이 달라진다.      


‘종교 이탈율’ 최고는 4050세대


20대의 종교인 비율은 2014년의 31퍼센트에서 2021년 22퍼센트로 9퍼센트포인트가 하락했고, 30대는 38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8퍼센트포인트가 하락했다. 반면, 40대는 2014년 51퍼센트에서 32퍼센트로 무려 19퍼센트포인트나, 50대도 60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17퍼센트포인트가 하락함으로 20~30대와 격차를 보였다. 60대는 68퍼센트에서 59퍼센트로 9퍼센트포인트로 떨어졌으니 상대적으로 하락폭은 덜하다. 다시 말해, 전체적으로 비종교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종교 이탈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40대와 50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일 세대에서의 ‘비종교’ 인구 비율은 20대와 30대가 가장 높지만, ‘탈종교’ 인구 비율은 40대와 50대가 더욱 높다. 2014년 조사에서는 과반수이상이 종교 인구였던 40대와 50대의 탈종교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비종교인의 과거 신앙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도 1984년 이후 조사 때마다 개신교 이탈자가 가장 많다고 하니, 종교 이탈자가 기독교에서 덜 나왔을 개연성도 없다. 이러한 양상은 이번 지앤컴 조사에서 나타난 한국 교회에 대한 4050세대의 부정적 인식 상승과도 유사해 보인다. 


이 두 조사에서 나타난 4050대의 탈종교화와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할 때, 이들이야말로 최소한 복음 사역의 측면에서 한국 교회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 다음세대 선교에 대한 긴박감은 자주 고취되는데 비해, 현재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허리이자 인구 비중도 가장 높은 4050세대는 의외로 선교적으로나 목회적으로 소외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년 세대라고도 통칭될 수 있는 이들은 어느 정도 사회적, 재정적 안정을 이루며 교회 활동과 봉사에서도 가장 많은 기여를 하리라는 기대를 받곤 했다. 과거에 목회자들끼리 ‘개척교회는 40-50대 집사 다섯만 핵심 멤버로 있으면 지속가능하다’는 경험칙을 농담으로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처럼 회중의 ‘기둥’과 같던 이들의 신앙생활이 수동적이 되고, 심지어 교회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흐름이 발생한 것은 아닐까?   


사실 생애 여정에서 40대와 50대는 종교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여야 한다. 젊을 때는 한창 인생의 목표를 위해서 바쁘게 살아가며, 개인주의적이고 쾌락주의적인 문화의 유혹도 넘쳐나는 시기여서 전통적인 교회오빠, 교회누나들 외에는 대체로 종교생활과 무관하게 지내곤 한다. 그러나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아 가정을 이루고, 사회와 직장에서의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지며 건강에도 이상신호가 켜지는 중년의 위기는 종교에 대한 관심과 의존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킨다. 미국에서 1980년대 중반 이후 복음주의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구도자 교회’ 열풍도 그 시기에 중년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가 교회로 귀환한 데 힘입은 바 크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부터 피임약이 승인되기 전인 1962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젊은 시절에 1960년대의 자유 민권운동과 대중문화의 폭발적 성장을 경험했다. 높은 사회적, 문화적 의식을 갖춘 그들은 성인이 되어 사회의식과 문화적 감각이 부재한 교회와는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교회를 떠난 이들이 1980년대 중반부터 중년에 이르러 외로움, 중독, 자녀 및 배우자와의 관계, 인생의 의미 등을 놓고 고민하게 되었고, 이들의 필요에 구도자 교회들이 응답하면서 미국의 종교지형에 변화를 일으켰다. 


인생의 더 깊은 의미와 새로운 관계에 대한 필요가 비단 서구인뿐 아니라 도시 문명과 개인주의 사회의 중년 세대에게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이것이 사회학자 웨이드 클락 루프(Wade Clark Roof)의 표현대로 종교, 혹은 교회로 돌아오는 ‘구도자의 세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현재 한국의 4050세대에게서 일어나는 탈종교화와 교회에 대한 실망은 일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한국의 세대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한 사회학자 최샛별에 따르면, 40대와 50대는 동일 세대로 묶이지 않는다. 그는 한국의 세대를 88만원 세대, X세대, 베이비붐 세대, 산업화 세대로 분류하는데, 현재의 40대는 X세대에 속하고 50대는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게 된다. X세대(1970-1979년생)는 경제적 풍요와 정서적 안정을 누린 세대로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상의 가치로 여긴다. 반면에 베이비붐세대(1950-1969년생)는 전통적 가치관을 내재화하고 공동체를 중시하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경험한 이들이다. 필자는 최샛별 교수의 베이비붐세대 연령 범위(20년)는 지나치게 확대되었다고 본다. 어쨌든, 현재의 50대는 베이비붐세대의 후발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40대와 50대가 세대 상 구분이 될 수도 있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발전을 체감하며 자랐다. 따라서 인간 존중과 약자를 배려하는 공동체에 대한 의식도 높은 세대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전례 없는 디지털화와 고령화의 사이에 ‘낀 세대’로서 실생활의 불안과 고민도 안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는 개방적이고 유연하다. 40대는 2030세대의 문화적 코드를 공유할 수 있는 기성세대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교회가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적 봉사에 더 많은 기여를 해주길 기대한다. 이러한 요구는 4050세대에서도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필자는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단순히 교회의 봉사 활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복음의 진정성이 왜곡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 교회의 사회를 위한 활동 총량이 타종교에 비해 뒤처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나타난 공공의식과의 불협화음, 정치적 편향성은 교회가 대변하는 복음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과 복음이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으리라고 본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사역과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4050세대에게도 인생의 깊은 위로와 궁극적 비전을 마땅히 제시할 수 있음에도, 교회의 사회문화적 상식과 공감능력 부재가 이들의 영적 조망권을 차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이 필요하다.    


복음은 모든 세대에게 동일하게 선포되어야 한다. 각 세대의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가 그들의 관심과 필요에 응답하고 더욱 근본적인 해답을 줄 때 복음 앞으로 나아오게 될 것이다. 청년 세대를 향한 복음 사역의 헌신자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노년 세대는 한국 교회를 든든히 지켜오고 있다. 그런데 늘 교회의 곁에 있을 것으로 여겨온, 또한 노년과 청년을 잇는 4050의 중년 세대는 영적으로 안녕하신가? 아무래도 지금 우리는 교회와 복음에 대한 그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지 않은지 면밀히 살펴야 할 시점에 이른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4050세대를 위한 복음을 찾아서’를 주제로 4050세대의 이야기 속에서 복음과의 만남을 다루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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